타타타 저널

요지경카지노·26. 10. 19.

도박중독으로 친구까지 전과자 만든 50대 유명 세프 이야기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카지노에만 들어가면 손 떨림이 멈출 것 같았습니다”

 

손이 떨렸다.

 

밥을 먹어도 맛을 몰랐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아침에 눈을 떠도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여러 음식점을 운영하던 식당 사장 철수(가명·50대)씨.

 

요식업으로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모았던 그가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카지노에 가야 한다. 룰렛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카지노에 들어갈 수 없는 처지였다.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강원랜드에 출입정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지노를 끊자 오히려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듯했다. 손이 떨리고 의욕이 사라졌다. 식당에 나가도 손님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룰렛 공이 돌아갔다.

 

"카지노에 가서 게임을 하면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돈을 따고 싶은 것보다 그냥 룰렛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생각은 위험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어떻게든 카지노에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그때 떠오른 사람이 오랜 친구였다.

 

친구의 주민등록증만 있다면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부터 철수씨의 머릿속에는 룰렛 대신 친구의 신분증이 맴돌기 시작했다.

 

10억원 자산가를 무너뜨린 룰렛의 마력

 

전남 여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철수씨는 한때 남부러울 것 없는 사업가였다.

 

음식점 여러 곳을 운영했고 직원도 수십 명에 달했다. 장사는 잘됐고 재산도 차곡차곡 불어났다.

 

그에게는 돈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다. 무엇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된 사업이 있었다.

 

그런 철수씨가 강원랜드 카지노를 처음 찾은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룰렛 휠이 돌아가고 테이블 위에서는 칩이 오갔다.

 

딜러가 공을 던지면 고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휠로 향했다.

 

공이 어느 숫자에 멈추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궜다.

 

철수씨도 그 긴장감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오락이었다. 몇 차례 돈을 따기도 했다.

 

그런데 카지노를 떠난 뒤에도 룰렛에서 이겼던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시 찾았다.

 

또 찾았다.

 

전남 여수에서 강원 정선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이었다. 나중에는 한 번 카지노에 들어가면 며칠씩 머물렀다.

 

음식점은 직원들에게 맡겼다. 중요한 사업 일정도 카지노에 가는 날이면 뒷전으로 밀렸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더 이상 식당 매출이 아니었다.

 

룰렛이었다.

 

어느새 카지노를 드나든 지 2년도 되지 않아 날린 돈이 4억원에 달했다.

 

일반인에게는 평생 모으기도 어려운 거액이었다.

 

그런데도 철수씨는 멈추지 못했다.

 

"4억원을 잃었는데도 그 돈을 되찾겠다는 생각보다 게임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돈을 잃는 고통보다 게임을 하지 못하는 괴로움이 더 커진 것이다.

 

철수씨는 더 늦기 전에 카지노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26년 3월 강원랜드를 찾아와 스스로 출입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정지는 그의 발길을 막았을 뿐 머릿속의 룰렛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철수씨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 밥 한번 먹자."

 

오랜 친구의 연락이었다. 특별히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횟집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술잔을 기울였다. 철수씨는 평소보다 후하게 친구를 대접했다.

 

식사가 끝나자 고급 유흥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싼 양주가 나왔다. 술자리가 길어졌고 계산은 모두 철수씨가 했다.

 

그날 쓴 돈만 300만원이 넘었다.

 

그 정도 돈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철수씨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이었다.

 

철수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구야,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뭔데?"

 

"신분증 하루만 빌려줘."

 

친구는 뜻밖의 부탁에 당황했다.

 

"신분증은 왜?"

 

철수씨는 카지노 출입정지 때문에 강원랜드에 들어갈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신분증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니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남의 신분증으로 카지노에 들어간다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친구였다.

 

술도 많이 마셨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설마 무슨 큰일이야 생기겠어.'

 

결국 친구는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철수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는 카지노 출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

 

그 주민등록증 한 장이 오랜 친구 두 사람을 나란히 전과자로 만드는 화근이 될 줄은.

 

철수씨는 친구의 신분증을 갖고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다.

 

출입구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밀려왔다.

 

혹시 들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이미 마음은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는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날은 별문제 없이 출입구를 통과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룰렛 테이블이 눈앞에 나타났다.

 

게임이 시작됐다.

 

룰렛 휠이 돌았다. 공이 튀었다. 숫자가 결정됐다.

 

철수씨에게는 그 모든 것이 반가웠다.

 

그날 그는 약 300만원을 땄다.

 

그러나 돈보다 더 위험한 것을 얻었다.

 

자신감이었다.

 

'이렇게 하면 들어갈 수 있구나.'

 

출입정지도, 신분증 검사도 이제는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첫날의 성공은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다음 날 철수씨는 또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같은 신분증이었다.

 

같은 출입구였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신분증을 확인하던 보안요원이 그를 제지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철수씨는 태연한 척했지만 머릿속은 하얘졌다.

 

잠시 후 경찰이 출동했다.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카지노에 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전날 300만원을 따며 기뻐했던 철수씨는 불과 하루 만에 경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룰렛에서 돈을 땄지만 자신의 인생에서는 또다시 패배한 셈이었다.

 

사건은 철수씨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빌려준 친구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경남에 살던 친구는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먼 길을 달려 강원 정선까지 와야 했다.

 

친구는 황당했다.

 

그저 오랜 친구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한 것도 아니었다. 돈을 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도 형사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친구에게는 뒤늦은 후회만 남았다.

 

철수씨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의 도박 욕구를 참지 못해 오랜 친구까지 범죄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결국 두 사람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한 사람은 카지노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의 신분증을 사용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신분증을 빌려준 대가를 치렀다.

 

철수씨는 수억원을 잃었을 때보다 친구에게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돈을 잃은 건 제 잘못이니까 그렇다 쳐도, 친구까지 전과자로 만들었으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를 불러 비싼 술을 대접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300만원이 넘는 술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날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면, 신분증을 빌려달라는 말만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도박은 돈만 잃는 것이 아니었다

 

철수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카지노 출입규정 위반 사건이 아니다.

 

한때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여러 음식점을 운영하던 사업가가 도박에 빠져 판단력을 잃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다음에는 재미였다.

 

그리고 돈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억원을 잃고도 카지노를 끊지 못했다.

 

스스로 출입정지를 신청할 정도로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게임을 하지 못한다는 괴로움 앞에서 또다시 무너졌다.

 

그는 카지노에 들어가면 손 떨림도, 무기력도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이끈 곳은 치료실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도 아니었다.

 

경찰 조사실이었다.

 

도박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는 게임을 중단한 뒤에도 강한 갈망과 불안, 초조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지만, 다시 도박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철수씨에게 필요했던 것도 카지노 입장권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용기였을지 모른다.

 

그는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도박에 빠지면 뭐가 옳고 그른지도 판단하지 못하게 되더군요."

 

철수씨는 4억원을 잃었다.

 

사업에 소홀해졌고 일상도 흔들렸다.

 

하지만 그가 가장 뼈아프게 후회하는 것은 잃어버린 돈이 아니다.

 

오랜 친구에게 신분증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던 순간이다.

 

도박중독은 때로 자신의 삶을 넘어 주변 사람의 인생까지 무너뜨린다.

 

친구의 신분증을 손에 넣은 순간 철수씨는 카지노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손에 쥔 것은 행운의 열쇠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나란히 전과자로 만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도박중독으로 스스로 출입정지를 신청했는데도 카지노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철수씨는 스스로 강원랜드에 출입정지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에 대한 갈망을 이기지 못해 오랜 친구를 술자리로 불러내 신분증을 빌렸습니다.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는 위험한 방식을 택해 카지노 보안망을 일시적으로 통과했으나, 결국 이 행위가 발각되면서 본인은 물론 친구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도박중독자가 겪는 금단현상과 그로 인한 판단력 저하는 어느 정도인가요?+

도박중독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뇌의 보상 체계를 망가뜨립니다. 사례 속 철수씨처럼 카지노를 끊었을 때 손 떨림, 무기력, 불면증 등 심각한 금단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도박을 멈추기 위해 스스로 출입정지를 신청하는 등 이성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결국 다시 도박을 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는 등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타인의 신분증을 빌려 카지노에 출입할 경우 어떤 법적 처벌을 받게 되나요?+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이를 빌려주는 행위는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는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본 사례에서도 철수씨는 신분증을 도용해 카지노에 출입하려다 적발되었고, 신분증을 빌려준 친구 역시 방조 또는 관련 법령 위반으로 함께 경찰 조사를 받으며 전과자가 되었습니다. 도박을 위한 사소한 부탁이 주변 사람의 인생까지 무너뜨리는 범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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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타타타 저널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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