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단 김 본부장이 부지 선정 작업을 주도해 달라.”
지난 1996년 강원랜드 카지노 입지를 정하던 시기, 김광식 당시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본부장이 최각규 강원도지사를 만났을 때 들었다고 회고한 말이다. 훗날 강원랜드 2대 사장이 된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간 이해관계로 진척되지 않던 부지 선정 작업이 사업단으로 넘어온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검토한 유력 후보지는 함백산 만항지구였다. 지금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와 그랜드호텔이 있는 사북 지장산이 처음에는 후보지와 거리가 멀었던 지역이다. 태백·고한·영월을 잇는 포장도로, 산악 휴양지의 자연환경, 숙박과 레저시설을 함께 배치할 여건이 만항지구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높은 입지 평가로도 넘지 못한 문턱이 있었다. 정암사와 월정사를 포함한 조계종의 반대였다. 이 사실은 관계자의 회고와 함께 사업 추진 당시 강원도의 공식 답변에도 남아 있다.
1996년 7월 19일, 강원도의회 제73회 산업위원회 제4차 회의. 태백 출신 정원교 의원은 만항지구 개발이 불교계 반발로 어려워진 경위를 물었다. 최각규 당시 강원도 지사는 “개발예정지가 정암사 소유 사찰림이며 조계종이 산림 훼손, 환경오염, 문화재 보호구역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개발계획에서의 제외였다. 도는 그해 5월 승인 신청 때 만항지구를 빼고 제출했으며, 도지사와 관계 공무원들이 월정사와 거듭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종단 반대가 계속되면 만항을 포함한 전체 개발계획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만항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땅과 사찰이었다. 지역사회는 폐광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 관광산업이 절실했다. 종단은 수행 공간인 정암사와 주변 산림에 대규모 개발과 카지노가 들어서는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카지노홍이 취재한 당시 종단의 입장은 사찰 위쪽에 도박장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폐광지역 특별법 통과 이후 지역 출신 박우병·류승규 의원도 만항 개발을 위해 종단 설득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강원도, 지역사회도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지역경제 회생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종단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다. 정치권의 구체적인 접촉 경위는 취재 증언에 근거하며, 도의회 기록은 도지사와 공무원들의 반복된 협의 및 불교계 반대를 확인해 준다.
당시 류승규 의원은 “함백산 만항재에 강원랜드 리조트를 조성하기 위해 조계종을 비롯해 월정사를 수차례 방문해 지역주민들의 염원을 간곡히 당부했으나 조계종에서는 천년사찰 정암사 머리 위에 도박장을 설치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정암사는 오늘날 국보 수마노탑으로 널리 알려진 천년고찰이다. 수마노탑의 국보 지정일은 2020년 6월 25일이다. 입지 논쟁 당시에는 보물이었으며, 당시에도 문화재와 주변 환경의 보전이 쟁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