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 저널

카지노이슈·26. 11. 02.

[심층기획] 강원랜드 26년, 한국 카지노를 바꾸고 아시아를 깨우다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

2000년 10월 28일.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작은 폐광촌에서 대한민국 카지노 산업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문을 연 것이다.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탄생한 작은 카지노가 한국 카지노 산업은 물론 국민들의 카지노 문화까지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6년이 지난 지금, 강원랜드가 남긴 발자취는 단순한 카지노 기업의 성공을 넘어선다.

 

카지노 전문인력과 대학 교육,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고 일반 국민들에게 낯설었던 카지노 게임을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

 

카지노 업계에서 강원랜드를 '카지노 사관학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강원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딜러들이 다른 카지노로 진출하고, 바카라와 블랙잭, 슬롯머신을 처음 접한 고객들은 마카오와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 카지노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같은 시기 아시아 카지노 시장에서도 대변혁이 일어났다.

 

마카오는 독점체제를 개방했고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복합리조트(IR)를 건설했다. 필리핀은 글로벌 카지노 자본의 투자처로 성장했으며 일본은 2030년 오사카 IR 개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아시아 각국의 변화가 강원랜드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각국의 관광정책과 외국자본 유치, 카지노 시장 개방 등 독자적인 배경에서 발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아시아 카지노 산업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시기에 촉매제 역할을 했고 한국 내국인 카지노 시장의 잠재력을 입증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폐광촌 카지노, 대한민국 카지노 산업을 바꾸다

 

강원랜드 개장 이전까지 국내 카지노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카지노는 영화나 해외여행에서 접하는 낯선 세계였고 바카라와 블랙잭 같은 게임도 일부 계층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1998년 강원랜드 설립을 거쳐 2000년 스몰카지노가 개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03년에는 메인카지노와 호텔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성장시대를 맞았다.

 

입장객과 매출이 급증하면서 카지노 산업의 수익성과 내국인 시장의 잠재력이 현실로 입증됐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했다.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과 스키장, 골프장, 콘도 등 관광시설이 들어섰고 폐광지역에는 새로운 일자리와 서비스산업이 형성됐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도박 과몰입과 장기체류자, 지역경제의 카지노 의존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강원랜드의 26년은 카지노 산업의 경제적 가능성과 사회적 비용을 동시에 확인시킨 역사이기도 하다.

 

◇ '카지노 사관학교' 강원랜드…딜러와 고객을 키우다

 

강원랜드 개장이 남긴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카지노 전문인력 시장의 확대다.

 

카지노 딜러는 바카라와 블랙잭 등 게임 진행 능력은 물론 외국어와 고객 응대, 게임 보안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강원랜드가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면서 전문 딜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2006년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세븐럭 카지노 3곳을 잇따라 개장하면서 전문인력 시장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강원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딜러들이 GKL 등 다른 카지노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업계에서는 강원랜드를 카지노 전문인력 양성의 산실로 평가했다.

 

카지노 산업의 성장은 교육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에서 카지노와 호텔관광, 복합리조트 관련 교육과정이 확대됐으며 딜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진로가 열렸다.

 

카지노용 카드와 칩, 게임테이블, 보안장비 등 관련 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카지노 사관학교'라는 표현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고객이다.

 

강원랜드에서 처음 바카라와 블랙잭, 슬롯머신을 접한 이용객들이 게임 규칙과 카지노 문화를 익힌 뒤 해외 카지노를 찾아다니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거 카지노가 낯설었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해외 카지노의 게임환경과 베팅한도, 서비스 수준까지 비교하는 고객으로 변했다.

 

강원랜드가 국내 카지노 전문인력을 길러낸 공간인 동시에 해외 카지노를 찾는 한국인 고객들에게 게임 경험을 제공한 공간이 된 셈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 고객들은 해외 원정도박에 빠지거나 과도한 베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강원랜드가 새로운 카지노 산업과 고객문화를 만들어냈지만 책임 있는 게임문화 정착이라는 과제도 함께 남긴 것이다.

 

◇ 마카오 독점 해제…아시아 카지노 대변혁의 시작

 

강원랜드가 성공신화를 쓰던 2000년대 초반 아시아에서는 더욱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1999년 중국에 반환된 마카오가 2002년 스탠리 호 중심의 카지노 독점체제를 개방한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와 윈, MGM 등 세계적인 카지노 기업들이 마카오에 진출하면서 시장은 급속히 성장했다.

 

2004년 샌즈 마카오 개장에 이어 2007년 베네시안 마카오가 문을 열면서 코타이 지역은 대규모 복합리조트 중심지로 변모했다.

 

마카오는 2006년 카지노 게임매출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강원랜드가 한국 내국인 카지노 시장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면 마카오는 중국 관광객과 글로벌 자본을 바탕으로 아시아 카지노 산업의 규모와 경쟁구도를 바꿨다.

 

두 시장의 성장방식은 달랐지만 아시아 카지노 시장의 잠재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 싱가포르·필리핀 도약…카지노에서 복합리조트로

 

싱가포르는 2005년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개발을 허용하는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

 

2010년 겐팅그룹의 리조트월드 센토사와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마리나베이샌즈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카지노뿐 아니라 호텔과 국제회의시설, 쇼핑센터, 공연장, 테마파크 등을 결합한 복합리조트 모델이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를 국가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필리핀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2013년 솔레어, 2014년 시티오브드림스 마닐라, 2016년 오카다 마닐라가 등장하면서 마닐라만 일대 엔터테인먼트시티는 아시아의 주요 카지노 중심지로 성장했다.

 

기존 정부 주도 카지노에서 벗어나 민간과 해외 자본을 활용한 대규모 복합리조트 시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겐팅 역시 기존 카지노리조트를 현대화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카지노 기업으로 성장했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와 복합리조트 개발이 이어졌고 캄보디아 역시 카지노 시장이 빠르게 팽창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는 불법 온라인도박과 범죄조직, 자금세탁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분별한 카지노 확장의 부작용도 드러났다.

 

아시아 카지노 산업의 지난 26년은 양적 성장과 함께 복합리조트 경쟁력, 책임 있는 경영과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였다.

 

◇ 게임기기 국산화까지…해외 진출은 미완의 과제

 

강원랜드는 카지노 전문인력과 교육시장뿐 아니라 게임기기 제조산업에도 도전했다.

 

2017년 자체 슬롯머신 제조사업에 진출해 국산 브랜드 'KL 사베리'를 개발하고 해외 수출까지 추진했다.

 

외국산 슬롯머신에 의존하던 국내 카지노 산업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사업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슬롯머신 제조사업의 누적 적자와 제한적인 해외 판매 실적은 국산화가 곧바로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 획기적인 재도약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해외 카지노 사업 진출이다.

 

마카오와 싱가포르, 필리핀에서 글로벌 카지노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강원랜드는 국내 독점 카지노 운영에 집중했다.

 

물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설립 목적과 공기업의 역할, 국내 규제 등으로 글로벌 민간 카지노 기업과 동일한 방식의 해외 투자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카지노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비롯해 투자, 기술 수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 카지노 시장에 대한 투자와 사업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변화하는 국제 경쟁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는 향후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 2030년 오사카 IR 등장…강원랜드 경쟁력 시험대

 

이제 강원랜드 앞에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2025년 4월 착공한 MGM·오릭스 중심의 대형 IR이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호텔과 국제회의시설, 공연장, 쇼핑센터, 카지노를 결합한 초대형 복합리조트다.

 

특히 오사카는 한국에서 접근성이 높은 관광도시라는 점에서 강원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강원랜드에서 카지노 게임을 익히고 마카오와 필리핀 등 해외 카지노를 경험한 고객들은 국내외 시설을 비교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됐다.

 

이들에게 강원랜드는 더 이상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 여러 카지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강원랜드는 2032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K-HIT 프로젝트와 2035년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설 투자만으로 글로벌 카지노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게임상품 확보와 편리한 이용환경, 서비스 개선, 비카지노 부문의 수익성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 역시 도박 과몰입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유지하면서 국제 경쟁환경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체계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강원랜드가 키운 카지노 시장…이제는 세계에서 배워야

 

26년 전 강원랜드는 한국 카지노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폐광촌에 관광산업을 일으켰고 카지노 딜러와 교육시장, 게임기기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카지노를 모르던 일반 국민들에게 새로운 게임문화를 경험하게 했으며 그중 일부는 해외 카지노까지 찾아가는 고객으로 변했다.

 

그러나 지난 26년 동안 아시아 카지노 산업은 강원랜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마카오는 세계적인 카지노 중심지로 성장했고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의 성공모델을 구축했다. 필리핀은 해외 자본을 유치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반면 강원랜드는 국내 독점사업권에 기반한 성장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강원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카지노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 정책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글로벌 카지노 산업의 변화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개장 이후 26년간 강원랜드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다.

 

국내 카지노 산업과 전문인력, 고객문화에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경쟁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2000년 강원랜드가 대한민국 카지노 산업에 변화를 일으켰다면 2030년에는 오사카 IR이 강원랜드에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강원랜드가 26년의 성공신화를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세계 카지노 시장의 변화를 배우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 26년이 강원랜드가 한국 카지노 산업의 가능성을 입증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글로벌 카지노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강원랜드가 '카지노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로서 대규모 전문 딜러를 채용하고 육성하며 한국 카지노 인력 시장의 산실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딜러들이 국내외 다른 카지노로 진출하고, 일반 고객들이 바카라나 블랙잭 같은 게임 문화를 처음 접하고 익히는 계기가 되었기에 업계에서는 강원랜드를 카지노 사관학교로 평가합니다.

강원랜드 개장이 한국 카지노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2000년 개장 이후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 구조를 관광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며 호텔, 스키장, 골프장 등 연관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카지노 산업의 수익성과 내국인 시장의 잠재력을 입증했으며, 관련 대학 교육 과정 확대와 게임기기 국산화 시도 등 산업 전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030년 오사카 IR 개장이 강원랜드에 미칠 영향과 과제는 무엇인가요?+

일본 오사카에 들어설 대형 복합리조트(IR)는 한국과 접근성이 좋아 강원랜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전망입니다. 이미 해외 카지노 경험이 풍부해진 고객들에게 강원랜드가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게 된 만큼, 시설 투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개선, 게임 상품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책임 있는 게임 문화 정착을 위한 합리적인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소개

홍
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타타타 저널의 기자입니다.

홍춘봉 기자의 더 보기 →

댓글

회원 가입·로그인 없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