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 저널

카지노아카데미·26. 10. 28.

[심층기획] 독점 카지노가 만든 '한국형 카지노 문화'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룰렛

카지노에 가서 게임을 즐기려면 먼저 게임을 해야 한다. 슬롯머신이나 바카라가 아니다. 입장 순번을 확보하고,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또 다른 게임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풍경이다.

 

누군가는 인기 슬롯머신을 차지하기 위해 개장시간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원하는 게임을 이용하지 못해 영업장을 배회한다. 일부 고객은 어렵게 확보한 자리를 잃을까 봐 식사하러 가는 것조차 망설인다.

 

심지어 인기 머신 좌석을 돈을 받고 넘기는 비공식 거래까지 문제가 돼 왔다.

 

카지노에서 게임의 승패보다 먼저 좌석 확보를 위한 경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 같은 풍경은 단순히 고객들의 성격이나 행동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라는 독점 구조에 정부 규제, 게임시설 공급 부족, 장거리 이동,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26년간 독특한 카지노 이용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강원랜드가 탄생시킨 이른바 '한국형 카지노 문화'의 빛과 그림자다.

 

◆ 카지노 여행 아닌 '원정'…도착부터 지치는 고객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카지노 관광지는 호텔과 공연, 쇼핑, 미식, 휴양을 결합한 복합리조트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물론 해외 카지노에서도 도박 과몰입과 장기체류, 고객 간 분쟁 등 부작용은 존재한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출발부터 달랐다.

 

카지노 산업 육성보다 폐광지역 경제 회생과 고용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해 설립된 특수한 기업이다.

 

특히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한 곳뿐이라는 사실은 고객들의 방문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 등 전국에서 고객들이 강원도 산골의 카지노를 찾아 장시간 이동한다.

 

가까운 도심에서 잠시 즐기는 여가활동이 아니라 교통비와 숙박비, 시간까지 투자하는 '원정형 카지노'가 된 것이다.

 

문제는 먼 길을 이동한 고객일수록 제한된 시간에 게임을 충분히 즐기고 돌아가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심리가 손실 만회 욕구와 결합하면 과도한 베팅이나 장시간 게임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모든 고객에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과 제한된 게임환경이 심리적 부담을 높일 가능성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

 

◆ 게임보다 무서운 '자리 전쟁'…카지노 안의 또 다른 카지노

 

강원랜드 카지노는 하루 20시간 영업하며 게임테이블 200대와 머신게임 1360대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게임시설 숫자가 아니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특정 슬롯머신과 테이블게임에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이다.

 

타타타 저널이 창간 특별기획을 위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1300여명 가운데 자유의견을 남긴 일부 고객들은 인기 슬롯머신 부족과 자리 선점 문제를 지적했다.

 

한 고객은 "인기 슬롯머신에 돈만 넣어놓고 두 대씩 하는 사람들을 단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고객은 "자리 파는 사람들이 인기 머신을 차지하고 있어도 직원들이 모른 척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좌석 매매 규모나 직원들의 묵인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입장 절차를 거친 고객이 원하는 게임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은 가볍지 않다.

 

카지노에서는 게임 결과가 확률에 따라 결정되지만, 강원랜드에서는 게임을 즐길 기회마저 누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있다.

 

인기 머신 좌석을 확보하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게임이 된 것이다.

 

독점과 공급 부족이 만들어낸 한국형 카지노 문화의 대표적인 역설이다.

 

◆ 단골과 초보, 정보와 인맥…카지노 안의 보이지 않는 계층

 

강원랜드에는 가끔 방문하는 초보 고객부터 수십 년간 출입한 단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특정 게임에 익숙하거나 인기 머신의 위치와 잭팟 현황, 입장 절차 등을 잘 아는 고객도 있다.

 

자연스럽게 고객들 사이에 정보와 경험의 격차가 발생한다.

 

장기 고객들은 혼잡한 시간대와 인기 게임의 위치, 이용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초보 고객은 입장부터 게임 선택까지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일부에서는 특정 머신의 당첨 흐름이나 잭팟 발생 가능성을 자신만의 경험으로 판단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당첨 결과만으로 다음 게임의 승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공식 정보와 인맥이 좌석 확보나 게임 선택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있다.

 

특히 이런 격차가 좌석 거래나 대리베팅 등 불공정 행위와 결합하면 정상적인 게임 이용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

 

카지노에 필요한 것은 일부 단골만 이해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운영체계다.

 

◆ 평범한 사람도 카지노에서는 달라진다?

 

강원랜드를 장기간 취재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독특한 풍경 가운데 하나는 카지노 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다.

 

사회에서는 예의 바르고 합리적인 사람도 카지노에서는 작은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좌석을 놓고 다른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반대로 큰돈을 잃고도 침착하게 게임을 마치거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단골도 있다.

 

카지노 이용객을 하나의 유형으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일부 고객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배경에는 장거리 이동의 피로와 좌석 확보 경쟁, 게임 손실에 대한 불안, 수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기 게임을 이용할 기회가 제한되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사소한 갈등도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직원에게 짜증을 내거나 다른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객의 문제행동을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도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카지노 운영환경이 고객의 긴장과 불편을 얼마나 키우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고객의 책임과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개선해야 할 운영자의 책임은 구분하되 함께 다뤄져야 한다.

 

◆ 카지노 다녀온 사실을 숨긴다…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

 

한국형 카지노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 시선이다.

 

라스베이거스나 싱가포르 여행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도 강원랜드 카지노에 다녀온 사실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기를 꺼리는 고객들이 있다.

 

카지노 방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도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존재하며 국내에서도 카지노 방문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럼에도 일부 고객에게 카지노는 즐거운 관광 경험보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부담스러운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인식은 카지노 고객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타타타 저널 설문에서 일부 고객들은 직원과 지역 상인들이 자신들을 정상적인 관광객보다 도박중독자나 일회성 소비자로 취급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 고객은 "여기 오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모님이고 자식들입니다. 호구들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카지노 이용을 무조건 건전한 여가활동으로 미화해서도 안 되지만 모든 방문객을 문제 이용자로 낙인찍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합법적인 여가를 즐기는 고객의 권리와 도박 과몰입 위험에 대한 사회적 경계를 함께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 규제가 만든 긴장…'20시간의 그림자'

 

강원랜드는 하루 20시간 영업과 월 출입일수 제한, 베팅한도, ARS 입장 절차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도박 과몰입을 예방하고 카지노 이용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그러나 규제가 고객의 실제 이용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 고객은 월 출입일수 제한 때문에 한번 방문하면 가능한 한 오래 게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객은 방문일수보다 개인별 이용시간을 관리하는 시간총량제를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 요구가 아니라 책임게임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달라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특히 식사나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 인기 머신을 다시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은 역설적이다.

 

도박 과몰입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좌석을 잃을까 봐 식사조차 망설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영업시간과 고객 개인의 게임 이용시간은 구분해야 한다.

 

책임게임 정책 역시 출입 제한에 그치지 않고 이용시간과 지출, 위험 징후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 카지노는 거대해졌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부족하다

 

강원랜드는 카지노뿐 아니라 호텔과 콘도, 스키장, 골프장, 워터월드 등 다양한 관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고객의 방문 목적과 이용행태를 살펴보면 게임 중심 구조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지노 이외의 시설이 존재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자동으로 관광과 휴양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카지노를 벗어나서도 즐길 만한 공연과 문화, 쇼핑, 음식, 야간 관광 등 체험형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한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었더라도 공연과 맛있는 음식, 휴양을 즐기고 돌아갈 수 있다면 여행에 대한 기억은 달라질 수 있다.

 

지역 상권도 마찬가지다.

 

고한·사북지역 음식과 숙박의 가격, 위생,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은 강원랜드의 관광 경쟁력과 연결된다.

 

카지노와 주변 지역이 하나의 관광 목적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시설투자만으로 고객의 체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독점이 만든 카지노 문화…이제는 바꿔야 한다

 

강원랜드가 지난 26년간 이룬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폐광지역의 일자리와 지방세, 폐광기금, 관광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도박 과몰입 예방 등 공공적 책임도 수행해 왔다.

 

문제는 독점적 사업구조가 만들어낸 부작용까지 앞으로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입장 경쟁과 인기 머신 부족, 좌석 매매, 고객과 직원 사이의 갈등, 게임에 대한 불신, 관광콘텐츠 부족 등이 당연한 카지노 풍경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고객이 원하는 게임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과 운영체계를 개선하고, 직원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식사와 휴식, 관광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규제 역시 도박 과몰입 예방이라는 목적을 유지하면서 고객의 실제 이용행태에 맞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 카지노 고객을 단순한 매출의 원천이나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26년 동안 강원랜드는 고객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카지노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객들이 스스로 다시 찾고 싶은 카지노가 돼야 한다.

 

독점이 고객을 불러오던 시대에서 서비스와 경험이 고객의 선택을 이끄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원랜드의 미래는 카지노 규모나 게임기구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2030년 일본 오사카 IR 개장을 앞두고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긴장과 경쟁을 줄이고, 게임을 즐긴 뒤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합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기억을 남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 점이 바로 강원랜드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카지노에서는 돈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곳에서 고객의 존엄성과 신뢰, 휴식과 선택의 자유까지 잃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게임의 승패는 카지노가 보장할 수 없지만, 공정한 이용 기회와 존중받는 경험은 카지노가 책임져야 한다.

 

독점 카지노가 만든 한국형 카지노 문화를 이제는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 모두가 존중받는 새로운 관광문화로 바꿔야 할 때다.

 

 

 

자주 묻는 질문

강원랜드에서 발생하는 '자리 전쟁'과 좌석 매매 문제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라는 독점적 구조와 인기 게임 시설의 공급 부족이 맞물려 발생합니다. 고객들은 어렵게 확보한 인기 머신 좌석을 잃지 않기 위해 식사조차 망설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좌석을 선점하거나 돈을 받고 넘기는 비공식 거래가 생겨나는 등 게임의 승패보다 자리 확보가 우선시되는 기형적인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객들이 겪는 '원정형 카지노'의 부작용은 무엇인가요?+

전국 각지에서 장시간 이동해 방문하는 고객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낍니다. 이러한 압박감은 손실을 만회하려는 욕구와 결합하여 과도한 베팅이나 장시간 게임으로 이어질 위험을 높입니다.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투자하는 환경이 고객의 긴장도를 높이고 게임 환경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한국형 카지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요?+

단순히 규제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공정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게임 시설의 효율적 공급은 물론, 식사와 휴식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카지노를 단순한 도박장이 아닌 공연·미식·휴양이 결합된 복합 관광지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또한 고객을 통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존중받는 관광객으로 대우하는 서비스 문화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기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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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타타타 저널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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